2014. 6. 16. 08:19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진개장에서
/ 한보경
표정을 버린 기억들이 쓸쓸한 무늬를 쌓으면서 지나갑니다
늙은 길고양이 같은 등 굽은 시간들이
느릿느릿한 무늬를 끌며 지나갑니다
표정을 버린 쓸쓸함과 등 굽은 시간 사이로 햇살이었던 한 때가 지나갑니다
그날의 후일담 같은 어제의 무늬를 덮고
오늘의 무늬가 지나갑니다
지나가는 모든 무늬들은 그냥 지나갑니다 어떤 의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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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경=1959년 부산 출생 2009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 '여기가 거기였을 때'. 웹 월간시 <젊은시인들> 편집장.
〈시작 노트〉
버려진 것과 남은 것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사라지는 것과 삭아가는 것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속도를 멈춘 것과 속도를 돌아보는 것의 경계가 모호
할 때가 있다.
진개장에는 모호한 것들과 모호한 것들이 쌓여 무늬가 된다. 햇살 같은 한 때의 기억도 등 굽은 쓸쓸한 기억도 무늬를 이룬다. 진개장의 무늬들은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은, 그냥 무늬가 된 무늬들이다.
kookje.co.kr/201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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