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相思花)
-여태천-
버리고 다 지워도 달빛 환히 내린 밤은 열어둔 하늘 한쪽 목화구름 밀려가고 애태운 사모의 둘레 꽃대궁만 솟았다
어둔 가슴 등 매달고 세운 밤이 몇날인가 늘 허기진 들창으로 새벽은 숨 가삐 오고 꿈인 듯 제 홀로 피어 외려 고운 임이여
이별도 인연도 없이 한 알 씨로 움튼 사랑 몸은 몸대로 이울고 꽃은 꽃대로 젖어 못다 푼 속죄의 밀어 전설처럼 애달파라.
-여태천 '상사화相思花'- (시집 '꿈이 하나 있습니다'·청한·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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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천=경남 하동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졸업. 2000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국외자들』이 있음. 현재 동덕여대 국어국문과 교수.
일상적 희극은 망각으로 통하고 비극은 기억으로 남는다죠. 코미디는 보는 순간엔
웃지만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잖아요. 슬픈 영화는 오래도록 가슴이 아파요. 예쁜
것만 추구하는 아마추어적 탐미는 식상하기 십상인 것처럼 예쁜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버리죠. 덧없음 때문에 화가는 그림으로 담고 시인은 꽃을 대변하려 드나 봅니다.
꽃이 잎을 못 만나고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는 생과 사,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밟고 일어서네요. 나는 갈 수 있지만 한 번 간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저세상과 이승을 넘나드는 저들의 눈에는 영원도 보이나 봐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와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자외선 색깔의 파장까지 인식하는 민감한 능력을 가지고 계절을 몸
으로 말하잖아요. 박정애 시인 busan.com/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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