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伏과 立秋가 한 몸이다
서로가 서로를 품어 둥글어진 배,
그 둘레로 쫑긋하게 세운 귀들이 몰려든다
온 들판이 두근두근,
과일을 매단 나무가 두근두근,
온 세상을 들어올리는 이두박근,
쑥쑥 몸피 부푸는 소리에
잠을 설친 개들 눈이 빨갛다
사과밭을 밀고 가는 임산부 볼이 발갛다
과수원 열매들도 어린 손으로 태양을 움켜쥐고
볼 가득 꿀컥꿀컥 젖 쟁이는 소리,
벼논 물코 콸콸 물 대는 소리,
빈속을 꽉꽉 자기를 여물리는 즐거운 비명들,
염소 뿔도 녹아내리는
대서가 착하게 지은 한 해 농사,
낮은 곳 후미진 곳 골고루 나누는 자연거름
골고루 나누는 저 해 핵심 툭 따면,
발등에 오줌싸던 황경 27도를 지나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거운 황경 135도가 끙, 몸을 푼다
딩동! 문밖에 잘 익은 한 철 가을이 도착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4FCD4753E86FE925)
------------------------------------------------------------
![](https://t1.daumcdn.net/cfile/blog/265C644E53E86FFD27)
▶전다형=경남 의령에서 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수선집 근처〉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 2012)가 있음.
2012년 부산작가상 수상.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민족작가회의 회원
〈시작 노트〉
우리는 모두 흙의 자식이다.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란 말 새삼 깨닫는 달이다. 피서 행렬
아랑곳 하지 않고 들판의 곡식과 과일은 당도 높은 과육을 쟁이는 소란으로 넘쳐났다.
여름은 봄에 묻은 씨의 열매다. 사람살이 또한 봄을 품은 자만이 여름을 추수할 수 있다.
이 펄펄 끓는 해의 핵심에 시를 파종하는 부지런한 시인이 되자고 다짐한다.
kookje.co.kr/201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