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읽히다
○문현미○
초록과 연초록 사이로 힐끗 계절이 스쳐 지나갈 때
저 푸르름으로 반짝이는 눈부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
빛나는 꽃의 순간을 숨 가쁘게 꿈꾸며(…) 기억의 성을 쌓고 싶다
너와 나의 안쪽이 바람의 속도로 만나서 찔레 향기 머무는 눈빛의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살아 있음이 아무 죄가 되지 않는 이런 날에는 맹목의 황홀한 죄 하나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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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미=(1957~)부산 출생. 1998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칼 또는 꽃』『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저서『우리말과 글』 『한국 현대문학의 하이네 수용』 『문장의 원리와 실제』(공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등 현재 백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연초록과 초록 사이의 계절, 봄과 여름 사이의 푸르름 속에 꼭 사춘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사계절 어느 때인가 “눈부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면 바로 그때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뜻하지 않았던 이 만남은 전혀 몰랐던 그 누가 ‘너’로 다가오는 데서 시작된다. 이 새로 나타난 ‘너’와 지금까지 있어 온 ‘나’의 내밀한 관계는 바람과 햇살과 물기가 피워낸 꽃이다.
이 꽃의 향기를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황홀한 죄 하나” 짓고 싶었던 순간은 그러나 지나간 다음에야 회상하기 마련이다. 흔히 과거시제로 이야기하는 사랑을 우리는 지금 현재시제로 읽고 있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8.25
http://blog.daum.net/kdm2141/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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