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 -이병률-
혹시 이 안에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안에 있다
안에 있지 않느냐는 전화문자에
나는 들킨 사람처럼 몸이 춥다
나는 안에 살고 있다
한시도 바깥인 적 없는 나는
이곳에 있기 위하여
온몸으로 지금까지 온 것인데 (…)
혹시 여기 계신 분이 당신 맞습니까
나는 여기 있으며 안에 있다
안쪽이며 여기인 세계에 붙들려 있다 (…)
삶이 여기에 있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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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1967~)충북 제천 출생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좋은 사람들>
<그날엔>당선되어 등단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몸 밖으로 태어난 생명은 몸 안이 그리워지는 때도 많다. 엄마의 뱃속에 있던 때가
가장 편했다. 바깥세상에는 햇살 눈부신 낮의 세계와 캄캄한 밤의 어둠이 함께 있다.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으므로 억지로 바깥에 적응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도 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밖에서 살지만 마음속에 안의
세계를 간직하기도 한다. 이른바 내면세계이다. 열쇠나 비밀번호나 출입증 없이 자기
혼자서 드나들 수 있는 이 안에 머물며, 때로는 안에서 밖을, 때로는 밖에서 안을 넘겨
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시인·작가·심리학자·정신과 의사처럼.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