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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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1954~ )1977년 시 〈비발디〉시단에 데뷔
시집《대설주의보》《반딧불 보호구역》《모래인간》《아메바》
산문집《달마의 침묵》《시인의 사랑》
「오늘의 작가상」,「김수영문학상」,「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을 수상
북경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북경과 베이징이, 삶과 죽음이, 북어와
내가 한 몸일 텐데.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북경은 북경에 있고 베이징은 베이징에
있을 뿐이다.
이렇듯 북경과 베이징 사이에 서서히 틈이 생기고 두 단어의 뉘앙스가 둘 사이의
거리를 멀고 먼 지명으로 만들 때, 북어들의 일 개 분대를 만나게 된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으로, 빳빳해진 지느러미로,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을 향해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소리치는 한쾌의 북어들을…. 북경이 베이징이고 베이징이
북경이다.
<황병승·시인>
새 집필진
▶황병승=1970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3년 《파라21》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주치의 〉
외 5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여장남자
시코쿠』『트랙과 들판의 별』가 있음.
joins.com/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