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곳은 폐선이 아니라
'당신 구간'으로 개통된 길
경쟁을 접고 혼자 걸어도 안전한 길
폐선 된 철길 앞에 서있는 그대여,
그대는 혼자 왔지만 혼자 온 적 없네
그대 안에 온전한 자기가 한 사람
그대 뒤에 묵묵한 그림자가 또 한 사람
그러니까 동해남부선 당신 구간에선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단 얘기
그건 대단한 약점이지만 대단한 용기란 얘기
폐선 된 철길 위에서 외줄을 타본 사람만이
유실된 선로처럼 휩쓸려간 인연을
파도 곁에서 앓아 본 사람만이
지친 제 그림자의 고단함을 알아차리지
그러니까 미포에서 송정까지,
동해남부선 당신 구간에선
포기하기 이른 열정이 그댈 뒤따른다는 얘기
당신이라는 기차가 출발할 때를 손꼽으며
언제든 그대와의 앙상블을 기다린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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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서울 출생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동아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신생, 2012)
〈시작 노트>
얼마 전 서병수 시장이 두레라움 실내악축제 해설자로 섭외돼 약속을 지키게 된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시장 후보 시절 '동해남부선 옛 철길 시민환원' 협약식 약속이
떠올랐다. 이 옛 철길이, 다시 시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영혼의 산책로'로 남아주기를,
그 약속에 보태어 기도한다.
kookje.co.kr/201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