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온 것들에게
⊙하종오⊙
서울 콘크리트집 마당에 서 있는 산초나무 캐어 시골 텃밭가에 옮겨 심고 돌아왔다
애초에 산초나무가 왜 날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밤이면 나란히 앉아 달 쳐다보며 지냈다
그 몇 해 동안에 내 눈빛 가져갔었나 그가 없으니 눈 침침하여 하늘이 흐려 보였다
한철 뒤 시골 텃밭에 가서 말라죽는 산초나무 보다가 무언가 찾아올 적에는 같이 살자고 찾아온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다시 캐어 서울 콘크리트집 마당에 옮겨 심었다
그날 밤 달 향하여 산초나무와 같이 앉았더니 홀연히 내 눈이 밝아져서 잎사귀에 달빛 빨아들여 빚는 향기도 보이는 것이었다
- 하종오作 <무언가 찾아올 적엔>-
-----------------------------------------------------------
▶하종오=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5년 《현대문학》에 시 〈허수아비의 꿈〉 등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쥐똥나무 울타리』『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무언가 찾아올 적엔』 『사물의 운명』『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정』『깨끗한 그리움』 『님시편(詩篇)』『님』『님 시집』』『무언가 찾아올 적엔』『입국자들』 『반대쪽 천국』『지옥처럼 낯선』『국경 없는 공장』『아시아계 한국인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 등이 있음. 김명수, 김창완, 정호승, 이종욱, 김명인과 함께 반시(反詩) 同人으로 활동.1983년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 콘크리트 집에서 늘 보고 살던 작은 산초나무를 잘 살라고 시골 텃밭에 옮겨 심어 주었다. 집에 돌아와 앉으니 산초나무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나무가 보고 싶어 시골 집에 가 보았더니 산초나무도 시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캐어 원래 있던 집으로 가져와 심었더니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람과 나무도 정이 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함께 있으면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길이 든다. 오죽했으면 시인은 "밤이면 (산초나무와)나란히 앉아 달 쳐다보며 지냈다"고 했을까. 시인은 산초나무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살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을 들려준다. 함께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며 나와 함께 살아온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그것이 사는 재미일지도 모른다. [허연 문화부장 (시인)] mk.co.kr/2014.09.14
http://blog.daum.net/kdm2141/48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