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사연
(江邊詞緣) ⊙박경용⊙
모래알도 물이끼도 그걸 가꾸는 볕살도 끼리 끼리 어우러져 질펀히 반짝이어 강가엔 강도 많대나, 물끼리만 굳이 강이랴.
너랑 나랑 온전히 끼리로만 어우러져 서로를 반짝이고 맞비추면 이 강가, 우리도 흘러 강이리, 날로 새로 영원(永遠)하는.
모래알에 끼어도 보고 볕살 속을 흘러도 보고 마음에 배도 띄워 짐짓 강따라 흔들려도 한(恨)일레, 혼자로서는 강 못되는 외로움!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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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1940~ )경남 김해 출생 1992년 <문학세계>로 등단. 저서『구지봉에 올라서』,『푸른 깃틀 속의 사랑』,『아, 가야』 경남예술인상, 김해시문화상(예술부문), 김해문학상 수상 2012년 경상남도 문인협회 고문.
햇살이 금싸라기 같은 나날. 강가에 나가 보면 온통 눈부신 빛 잔치다. 여름 폭우 지난 가을 강은 특히 더 찬란하다.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빛부신 물살과 햇살과 바람의 경이로운 잔치 속을 오직 흘러갈 뿐! 그 깊은 속까지 맑기만 하다면야 더할 나위 없는 자연의 축복이다.
그런 가을날 '모래알도 물이끼도 그걸 가꾸는 볕살'처럼 '끼리 끼리 어우러져' 질펀히 반짝여볼까. '날로 새로 영원하는' 강처럼 '모래알에 끼어도 보고 볕살 속을 흘러도' 볼까. 입에 착착 붙는 차지고 유려한 율격에 실려 난만히 흔들려본다. 하지만 '혼자로 서는' 강이 못 되는 법. 물도 만나야 융융하고 어깨 겯고 흘러야 바다에 이르거니!
정수자 | 시조시인 Chosun.com/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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