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 지르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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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근=(1966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同 대학원 졸업.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 2010)이 있음
쓰카모토 신야의 영화 ‘쌍생아’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별의 악수를 하고 좌우로
멀어져 간다’. 치열하게 사랑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악수와 함께 좌우로 멀어져 가는
이별의 시간.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라고, 연인을 독하게 떠나보낸 뒤 홀로 마시는 술처럼
쓰디쓴 술이 있을까. 그러나 사랑했던 날들처럼 이별도 치열하게, 마치 온 나무를 다 불
지르고 혼자 우는 꽃처럼….
<황병승·시인>
joins.com/201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