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중입니다,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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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1971~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이화여대 독문과 졸업. 명지대 문창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으로『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등
산다는 것. 속수무책의 페이지들을 읽어 내려간다는 것. 대책도 없이 대책을 모색할
시간에 속수무책의 페이지들이 넘어간다. 타들어간 꽁초들과 함께, 썩어 허물어진 먹
구름을 지나 진흙참호 속을 지나 당신은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바다절벽으로 향한다.
속수무책, 이것이 당신이 세운 유일한 대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쏟아질 때 당신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것인가, 아니면 남겨둘 것인가.
<황병승·시인>
joins.com/201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