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의 봄은
강렬한 충동과 긴 후회를 몰고 온다
화사한 봄빛에 어울리도록
테이블과 침대의 시트를
새 것으로 맞추고 싶었지만
손금고는 비어있는 날이 많았다
삶고 두드리고 힘껏 다려도
시간이 스며든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
긴 폭우가 흙탕물을 몰고 오고
어둡고 습한 그늘에 호텔이 잠길 때까지 (…)
적당한 타협의 혀로 슬슬 달래며 한 해를 넘겼다
그렇게 용해된 시간의 퇴적물들이
스톡홀름의 냄새를 만들었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
누구나 스톡홀름의 냄새부터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변할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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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영=(1975~ )광주에서 출생.
1997년 전남대와 2001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개기월식〉이 당선 등단.
시집으로 『검은 고양이 흰 개』(랜덤하우스코리아, 2008)가 있음
곽은영 시인의 연작시 ‘호텔 스톡홀름’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등장한다.
마치 우연히 발견하게 된 한 뭉치의 흑백 사진들, 장문의 편지들과 손때 묻은 물건들로
가득한 낡은 상자를 떠올리게 한다.
호텔을 관리하는 화자는 투숙객들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기록해
나간다. 그곳에는 당신의 이야기가 있고 당신의 형제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으며,
언젠가 당신이 묵었던 호텔의 작은 방에는 아직도 당신의 체취가 남아 있다.
<황병승·시인>
joins.com/201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