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뼈
◇정온유◇
늦가을 나무둥치 소리 여직 달려 있다
매듭이 뚝뚝 지는 굵고 성긴 울음
그 사이 하늘이 넓다
뿌리들이 보인다.
설익은 나날들도 푸르게 깊은 고요
채우지 못한 그리움 낙엽으로 쌓이고
투명한 줄기만 남아
시월을 채운다.
시간의 뼈 마디마디 성급히 열납(悅納)하고
집 떠난 알갱이 같은 하루가 모여 모여
고요히 굽은 등 너머
먼 길을 나선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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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온유=(1967~ )본명: 정온유 / 필명 : 서휘
제4회 전국 '시조, 가사 현상 공모전' [대상] 수상
2004년 1월 <중앙시조지상백일장> 장원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
눈부시게 높푸르던 시월이 간다. 다 태울 듯 불타오르던 단풍들도 낙엽이 되어 남은
길을 떠난다. 여름내 들고 있던 잎을 내려놓은 도심의 가로수며 공원의 나무들은 팔
이 한결 헐거워졌다. 남녘에는 단풍이 많이 남아 있다지만 도처에서 가을 끝자락의
스산함이 끼친다.
시간의 뼈처럼 성근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도 휑해지는 느낌이다. 우리네 골목으로 들
어오는 건물들의 그림자도 한층 깊고 서늘해졌다. 이제 '고요히 굽은 등 너머 / 먼 길'
나서는 시월을 배웅해야 하리라.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괜스레 들썩대는 문자며 발
길들이 난만할 법한 날, 총총 들어선 포장마차가 시린 목을 덥혀주겠다. 그사이 바람
은 시리게 지나가도 불빛들은 조금씩 더 따스해지겠지.
정수자 | 시조시인
Chosun.com/2014-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