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늘
○오현스님○
쓸모없을 때는 버림을 받을지라도
나 또한 긴 역사의 궤도를 바친
한 토막 침목(枕木)인 것을,
연대(年代)인 것을
영원한 고향으로 끝내 남아 있어야 할
태백산 기슭에서 썩어가는 그루터기여
사는 날 지축이 흔들리는 진동도 있는 것을
비록 그게 군림에 의한 노역일지라도
자칫 붕괴할 것만 같은 내려앉은 이 지반을
끝끝내 바쳐온 이 있어
하늘이 있는 것을, 역사가 있는 것을
- 오현 스님 作 <침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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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 스님=1932년 경남 밀양 출생
법명은 무산(霧山), 호는 설악(雪嶽)이지만 필명인 조오현 스님
196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n시집< 아득한 성자 > < 적멸을 위하여 >등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한국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받았다.
1997년 만해상을 제정해 만델라, 달라이라마 등
세계적인 인권·평화 운동가들에게 시상했다.
철길에서 철로를 떠받치고 있는 나무가 침목(枕木)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육중
한 열차들의 운행을 묵묵히 떠받치고 있는 침목은 말 없는 수행자다. 원로 시인인 신흥
사 조실 오현 스님은 태백산 어느 철길에서 썩어가는 침목을 보면서 시상을 떠올린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침목 하나도 역사와 하늘을 지탱하고 있었음을 간파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하나
의 하늘과 하나의 역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고단한 노역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노역이 있어 하늘과 역사가 있었던 것
이다. 그렇다. 내가 없으면 나의 역사도 나의 하늘도 없다. 나는 소중하다.
[허연 문화부장(시인)]
mk.co.kr/2014.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