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내 한 번의 절정을 위해
밤새도록
지느러미 휘도록 헤엄쳐 오던
그리하여
온밤의 어둠이
강물처럼 출렁이며 비릿해질 때까지
마침내 내 몸이
수초처럼 흐느적거릴 때까지
기꺼이
射精(사정)을 미루며,
아끼며,
참아 주던
그 아름답고 슬픈 어족
그가 바로 지난날 내 생애
그토록 찬란한 슬픔을 산란하고 떠나간
내 마지막 추억의 은빛연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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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화=경북 의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 등단.
대구 카톨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운대학교 경호스포츠학과 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그리운 연어]가 있음.
나는 그대를 떠나갔지만 한 번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나는 푸른 바다의 객지에서 아흔
아홉 번 죽고 단 한 번 살아서 이곳에 왔다. 나는 어떤 파도도 깨물 강인한 턱과 어떤 강
물도 거슬러오를 우람한 근육을 지녔다. 나는 지금 그대의 발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나는 안다.
그대의 발꿈치마다 그물이, 오금마다 곰들이, 거친 호흡마다 아득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거슬러오를 것이다. 살갗 긁히고 지느러미 찢어져도 기어코
죽음보다 높은 절정에 오를 것이다. 모든 절정은 사위지만 내가 산란한 슬픔은 이슬보다
맑은 눈망울로 부활 할 것이다.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