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크의 꿈
⊙우대식⊙
나는 첩첩이 우랄산맥의 야크였다가
첩첩이 돈황의 바람이었다가
첩첩이 화장터 위의 구름이었다가
첩첩이 애비를 버리고 떠나기도 하였다
또 첩첩이 天葬의 독수리였다가
첩첩이 한 꽃나무이기도 했다
첩첩이 떠나는 한 여자였으며
한 남자이기도 하였다
내 발길은 더러 허공의 길마저도
밟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절벽의 길을 걸어
첩첩한 발바닥의 무늬로
첩첩이 집으로 가는 길이었으며
첩첩이 집을 떠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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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1965~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
1999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와 『단검』
그리고 그 밖의 저서로는 『해방기 북한 시문학론』이
있으며 「해방기 북한 시문학 연구」로 박사학위 수여
현재 평택 진위 고등학교 교사이다.
나는 첩첩한 우랄산맥 야크가 뜯는 풀잎이었다가, 첩첩한 돈황의 바람이 내던지고 가는
낮달이었다가, 첩첩한 화장터 위 구름이 뿌리는 눈물이었다가, 첩첩이 자식을 떠나보낸
애비였다가, 첩첩한 하늘무덤의 별빛 묘지석이었다가, 첩첩한 한 포기 들꽃이기도 했다.
첩첩이 나는 한 마리 나비였으며, 그 뒤를 좇는 한 마리 주린 새이기도 하였다. 내 발길
은 더러 허공을 밟고, 더러 물 위를 걷고, 더러 땅 위를 달리기도 했다. 나는 첩첩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으며, 첩첩이 너를 떠나오는 길이었다.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