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가끔 내릴 역을 지나쳤다 ◇이민아◇
망설임에 머뭇대다, 알면서도 속절없이 소실된 변명을 삼킨 미로 같은 터널 너머 우리는 때로 무수히 내릴 역을 지나쳤다
폐선이 되었다는 영동선 미로(未老)역에선 홀로움을 견뎌오던 침목의 침묵이 더러는 다음 생 지평(砥平)역에 당도할 화석 같은 사연이 되듯
산다는 건 지난 생에 폐역 하나 남기는 일 망설임에 머뭇대다, 알면서도 속절없이 불현듯, 생의 변곡점 돌아 그대라는 역에 닿는 일

-----------------------------------------------------------------------------

▶이민아=(1979~ )서울 출생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동아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신생, 2012)
시간은 가끔 내릴 역을 지나쳤다 /이철원망설임은 우리 발밑에 구덩이를 판다. 그 속에
뭔가를 묻고는 땅을 치게 하기 일쑤다. 그때 망설이지 말고 얼른 움직일 것을! 기차를 타든
내리든 곧바로 행동에 옮길 것을! 그러면 그 시간을, 그 사람을 잡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되감아보는 필름을 누구나 품고 있으리.
그 역에서 내렸다면 생이 바뀌었을지도, 돌아보면 이미 늦은 것. '놓친 기차는 아름답다'고 일찍이 이르지 않았던가. 하지만 '알면서도 속절없이' 망설이다 '폐역'을 남기거나, 폐역으 로 남기도 한다. 아직 덜 늙은 역[未老驛] 하나쯤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면서 말이다. 그 렇게 불현듯 생의 어느 변곡점을 돌아가다 보면 '그대라는 역'에 닿기도 하려나.
정수자 시조시인 |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4-11-05



http://blog.daum.net/kdm2141/51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