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강 정-
시간이 이 세상 밖으로 구부러졌다 시여, 등을 굽혀라 고양이 새끼가 운다 어미 고양이를 삼키고 사람이 되려고 운다
급류를 삼킨 노을이 노을이 아빠가 되려고 운다 떠돌다 지친 다리가 다른 인간의 눈이 되려고 멀고 먼 샅으로 기어올라온다
빛이 어디 있는가 뒤집어진 어둠의 골상을 판독하려 한나절의 시름이 그다지 깊었다 못 나눈 정을 전염시키려 낮 동안 오줌보는 그토록 뾰로통했다
혈관에 흐르는 오래된 문자들을 고양이의 꿈이 딛고 지나는 이마 위에 처발라라 팔다리는 공기가 멈춘 나무 낭심 아래엔 죽은 별 무더기
구부러진 어깨를 펴라 갈빗대에 힘줄을 얹어 마지막 숨을 길게 당겨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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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1971~ )부산에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으며. 1992년 『현대시세계』 가을호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처형극장』(문학과지성사, 1996)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문학동네, 2006) 『키스』(문학과지성사, 2008)가 있고, 문화비평집 『루트와 코드』가 있다.
이 시인은 만년의 리어왕보다 더 불행하다. 같은 자연-인간의 본질적 왜곡을 보았으되, 리어왕은 광기 속으로 탈출하였으나 그는 멀쩡한 절망을 택하고, 그는 무너지는 세계(관) 너머 무너짐 자체를 활로 버티고 그물로 건져 올린다.
결과인 절망을 드러내는 과정-실패의 미학 외에 전제인 절망을 극복하려는 도구의 미학 이 있고, 그에게는 사랑의 극한 절망인 포르노조차 그물코 감이고, 잦은 명령형이 그 때 문이고, 그는 아직도 독보적이다.
<김정환·시인> joins.com/2014.12.22
http://blog.daum.net/kdm2141/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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