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규칙, 지켜진. 말해진. 행해진. 그리고 언제나 손에 닿는.
겨울과, 비엔나 7중주와 그리고 여름과 내가 사랑에 빠졌다.
지도와, 산 둥지와, 한 해변과 그리고 하나의 침대와.
(…)
두려움 없었지 종교로, 왜냐면 교회가 이 침대였다.
바다를 보는 것에서 떠올랐다 나의 무궁무진한 회화(繪畵)가.
발코니 아래 있었다 사람들, 나의 이웃들이, 인사하러.
난롯불 가에서, 안전하게,
내 머리카락 가장 예외적인 색깔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경보였다, 나의 기쁨 알리는.
네가 아니다 내가 잃은 것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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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게로보르크 바하만=(1926∼73)오스트리아 출생
1950년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의 비판적 수용>이란
논문으로 비인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1953년 처녀시집 <유예된 시간> 출간
1968년 오스트리아 문학부문 국가대상 수상
1973년 로마의 한 호텔에서 화재로 사망
패전국 독일의 신세대 양심으로, 의식적인 죄의식 제의를 언어의 극한으로 수행하고
소설로도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었으나 막스 프리쉬와 헤어진 충격으로 인한 정신-
육체적 피폐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기 직전 예전 수준의 시적 감수성 회복을 맞아
써낸 일곱 편 가운데 최고작. 마지막 두 행이, 원망을 벗은 것은 물론, 전체를 여러 번
읽는 바로 그만큼 다양하게 해석된다.
<김정환·시인>
joins.com/201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