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던 날
⊙정해원⊙
불티보다 붉은 발진(發疹)
열꽃처럼 피는 매화
신열을 앓던 삼동
떨치고 나온 아침
피멍 든 아픈 세월이 명치끝을 찌르는 날.
인생도 아픔 뒤에
꽃이 피는 거라지만
수없이 아팠어도 꽃 한 번 못 피우고
부르르
한기(寒氣)에 떨면
소름 송송 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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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원=경북 청도군 금천 출생. 월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 부산시조문학회 회장 역임. 부산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 정형시집 '소실점' 외.
〈시작노트〉 매화가 열꽃 피듯 폈다. 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다. 아마 매화도 꽃을 피우기 위해 신열
에 떨며 삼동을 앓았을 것이다. 지금은 신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빈부
격차, 천조가 넘는 가계부채, 한 달에 십만 원도 안 되는 폐지 줍는 노인은 늘어나고, 청년
실업률은 줄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세월을 살고 있다. 아파야 청춘이라지만 아무
리 아파도 꽃 한 번 못 피우고 절망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 매화는 폈지만 봄은 아직
아득하다.
kookje.co.kr/201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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