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 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 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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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1970∼ )경북 김천에서 출생.
1995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處署〉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그늘의 발달』등이 있음.
제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中.
어둠을 가르며 누리에 빛이 돋고, 잠 깬 생명들이 역동하는 하루를 여는 시각, 아침이다!
어제의 피로, 어제의 슬픔, 어제의 죄는 밤이 다 씻어간 덕에 기진(氣盡)하던 생명들이
소생하고 천지간에 활력은 넘친다. 시인은 새들이 재잘거리는 아침 풍경을 산뜻하게 소
묘(素描)한다.
대개는 아침 기운은 정결하고 신성하다. 문명을 등지고 숲 속으로 들어갔던 헨리 데이비
드 소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연못의 물로 몸을 씻는다. 그것이 종교다”고 말한다. 아침의
정기를 내면에 품고 사는 사람은 무구(無垢)하다.
아침이 품은 이 정기를, 이 무구함을, 시인은 한 양동이의 출렁이는 물로 은유한다. 아침
누리에 금빛 가득 찬 것은 좋은 징조다. 침상에 누운 자들이여, 벌떡 일어나시라!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