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저녁상에 상치며 쑥갓 올리려고
아이를 업은 채 채마밭에 든 아낙이여
만 원짜리 파마머리가 숨죽은 지 오랜 어부의 아내여
알뜰살뜰 살아가는 그대에게도
숨이 넘어갔다 넘어오는 황홀경을 꿈꾸는
그런 여자가 숨겨져 있었는가
푸성귀 돌보다 말고 수선에 물을 뿜는 여자여
남편이 한 달에 보름은 바다에서 오지 않는 이웃 여자여
당장이라도 빳빳이 일어설 꽃 대가리 앞에서
물방울 똑똑 떨어지는 그것 앞에서
붉는구나, 볼이 붉어지는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 꿈틀거리는 한 마리 짐승
바로 그때 가차없이 때려잡는 한마디
"얘야 잘 자라다오.
활짝 핀 너를 팔팔 끓여 그이 가래를 삭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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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무현=1963년 경북 성주에서 출생.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등단 등단.
2003년 격월간 '시사사'에서 작품 활동.
시집으로 『홍어』 '사소한, 아주 사소한' 가 있음.
현재 부산시인회의,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 회원
〈시작노트〉
수선의 꽃말 중 자아도취가 눈에 띈다. 가래 천식에는 수선이 좋다. 꽃을 키우되 관상을
통한 대리만족용이 아닌, 남편 가래를 삭이기 위한 약용이 목적인 아내들이 있다. 수선
처럼 아름다운 아내들이다
kookje.co.kr/201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