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chi Tzikha(밤은 고요하다) .. Svetlana
빼앗긴 말 대신에
◆이시카와 다쿠보쿠◆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그것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으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 이시카와 다쿠보쿠 作<코코아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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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
일본에서 김소월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인이라고 한다.
백석이 좋아했던 시인이라고 하니 더 관심이 간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최초로 근대교육을 받았지만
집안의 몰락과 실패로 불운한 일생을 보내다가 서른도 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짧은 시에서 생활의 비애가 잘 표출되고 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는 요절한 일본 시인이다. 그의 작품에는 일본 전통 단가에
다 서양 현대시를 조화시킨 수작이 많다. 촌철살인의 묘사로 읽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
는 그의 시에는 기막힌 매력이 있다. 코코아를 놓고 테러리스트를 상상하는 그의 위트에서는
천재성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테러리스트에게 바친 헌사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조선을 좋아하고 제국주의를 미
워했던 그가 안중근의 거사를 보고 쓴 시라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빼앗긴 말 대신에 /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이라는 대목에서 왠지 느낌이 온다.
이시카와를 좋아하는 한국 시인이 많았다. 본명이 백기행인 시인 백석도 이시카와(石川啄木)
에서 `石(이시)` 자를 따와서 필명을 지었다고 한다.
[허연 문화부장 (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