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만큼 타오르는
◆차창룡◆
모든 촛불은 하늘을 향해 타오른다
모든 촛불은 자신의 몸이 연료다
모든 촛불은 눈물을 흘리며 타오른다
모든 촛불은 나방이 달려들면
소리 내어 울면서 몸부림치다가
나방이 불타죽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바라보면서 다시 타오른다
모든 촛불은 자신의 몸만큼만 타오른다
모든 촛불은 바람이 달려들면
죽은 듯 누웠다가 사람의 따뜻한 손과
종이컵의 힘을 빌리거나
마침내 바람에 익숙해져 다시 일어선다
모든 촛불은 타오를수록 작아진다
모든 촛불은 결국 죽는다
모든 촛불은 그리하여 언제나 새로
태어난 촛불이다
-차창룡 作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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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1966~ )전남 곡성에서 출생.
조선대학교 법학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9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 평론 부문에도 당선.
시집『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등이 있음. 제1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 현재'21세기 전망 ' 동인이며 계간『디새집』
편집위원 활동 中
■ 촛불은 오랫동안 시의 소재가 되어 왔다.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기 때문이다. 불문에
귀의해 스님이 된 시인 차창룡은 '촛불은 자신의 몸만큼만 타오른다'는 인식에 도달한다.
다른 것이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온전히 태워 세상을 밝히는 것. 그것이 촛불의 운명
이다.
나방이 달려들고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오로지 자기 몸만으로 세상을 밝힌다. 자신의 몸을
바치면 바칠수록 초는 작아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바칠 것이 없을 때 장렬하게 죽
어간다.불교적 감수성이 빛나는 간결한 시다. 촛불은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의 발명품 중 가장 희생적인 물건이 아닌가 싶다.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