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깃든 삶]서정춘-30년 전-1959년 겨울**

2016. 2. 6. 09:22″``°☆아름다운詩/◈詩가깃든삶

 

 


 

 



                        30년 전-1959년 겨울

                                                                        ◆서정춘◆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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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춘=(1941~ ) 전남 순천 출생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1년 박용래문학상, 2007년 유심작품상 수상
                                 -시집 [죽편][물방울은 즐겁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면, 누구든 이 시를 만날 수 있다. 서정춘

   시인의 이 작품은 그곳 스크린도어에 적혀 있다. 그런데 누가 서울역에 이 시를 배정했는

   지 몰라도 그 감각은 정말이지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읽게 되는 시 ‘30년 전’이

   라니. 기차에서 막 빠져나온, 지친 심신이 읽는 ‘30년 전’이라니. 집에서 편히 앉아 읽을 때

   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서울역과 이 시의 조합은 잔잔하던 마음마저 요동치게 만든다.


   시인은 1941년에 태어났는데, 이 시의 부제는 ‘1959년 겨울’이라고 되어 있다. 계산해 보

   면 1959년의 시인은 열아홉 살이다. 그리고 마치 열아홉이란 고향을 떠나기 위한 나이인

   것처럼, 고향을 떠나왔겠다. 그는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었고, 아버지는 많은 돈을 쥐여

   줄 수가 없었다.


   돈 대신 걱정을, 돈 대신 마음을, 돈 대신 기원을 줄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아버지는 아들

   에게 배부른 곳이 고향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가난한 고향을 돌아보지 말고, 그리워하지

   도 말고, 너 배불리 잘살라는 말씀이다. 자식이 어디 가서 배곯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

   버지의 바람이 참 절절하다.


   이후 아버지의 말을 입에 물고 시인은 살아 왔다. 얼마나? 이후 30년이나. 시의 제목 ‘30

   년 전’이 1959년을 의미하니까 이 시가 창작된 시점을 추측하자면 1989년, 시인의 나이

   쉰을 바라보고 있을 즈음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당부는 열아홉 살 청년을 중년이 되도록

   지탱해 주었다. 그뿐일까. 아마도 칠순을 넘긴 지금에도 시인은 당부하던 아버지의 얼굴, 목

   소리, 분위기를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서울역은 어느 때보다 붐빌 것이다. 그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시가 묻는다. ‘나는 고향이 있는가.’ 귀향기차를 탈 모든 사람에게는 물론 고향이 있다. 그

   런데 시가 묻는 것은 출신 지역이 아니다. ‘나는 나를 살게 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이 짧은

   시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 목소리를 보러 가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dongA.com/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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