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다, 청춘아
◈최영미◈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 것들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최영미作 <옛날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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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1961∼ )(서울) 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서양미술사 석사과정수료.
1992년<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等
■ 청춘은 아름다웠다. 청춘이 있었기에 가난도 아름다웠고, 좌절도 아름다웠다. 이별도 아
름다웠으며, 실패도 아름다웠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모든 걸 용서받았다. 이 작품
은 청춘에 바치는 헌사다. 청춘 시절 우리를 찾아왔던 사랑과 신념들에 보내는 헌사다.
젊은 날의 상처는 우리를 아프게 했지만, 그 상처 때문에 우리는 어른이 됐다. 이 시는 우리
를 살아 있게 했던 상처들에 보내는 감사 편지다. 글을 쓰는 동안 창밖엔 때늦은 눈발이 날
리기 시작했다. 때늦은 눈을 바라보며 이미 지나가버린 청춘을 생각했다. 고마웠다 청춘아.
잘가라 청춘아.
[허연 문화부장(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