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이 되어 만나다
◈강세환◈
노원역 뒷골목 끝에 호프집을 차렸다고
초등학교 동창생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서 살다왔는지
무엇을 하다 왔는지
어떤 파도와 부딪쳤는지
어떤 바람에 넘어졌는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던
고등학교 동창생이 돈을 빌리러 왔었다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을까
얼마나 물어물어 왔을까
얼마나 발걸음을 돌렸을까
얼마나 고개를 떨궜을까
이렇게 또 구르고 굴러
어느 강어귀에서
고만고만한 몽돌로 다시 만날까
-강세환作 <면벽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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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환=1956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출생
19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시 '개척교회', '교항리
수용소' 등 6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월동추>(1990) <바닷가 사람들>(1994)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대한민국 주식회사>(1998)를 펴냈다.
'최인희 문학상'을 받았으며, 지금은 서울 혜성여고 교사 재직
몽돌은 모나지 않고 둥근돌을 의미한다. 수많은 세파에 깎이고 다듬어져서 결국 반질반질해
진 돌이다. 수긍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게 결국 '몽돌'이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
시인은 수십 년 동안 잊고 지냈던 동창생들의 소식을 접하며 연민에 빠진다. 먼길을 돌아 이
제 '몽돌'이 되어 소식을 전해온 동창들을 보면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쓸쓸함에 젖어든다.
다들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동창생을 다시 만나, 함
께 어울렸던 꿈 많던 시절을 떠올릴 때 우리는 많이 쓸쓸하다. 그래도 추억은 힘이 세다. 어
디서 어떻게들 살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몽돌이 되어 다시 만난다. 몽돌이 되기 전 서
로의 모났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말이다.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