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
◈김종윤◈
이제 마음이사 모질고 당혹스런거라
가파른 세상, 가파른 그늘이여
그래도 어눌한 손등, 팔다 남은 푸성귀 몇 단.
설사 금자라 해도 스스로는 모르는 일
그 형평―, 금저울이라 해도 그 또한 모르는 일
시퍼런 그 가슴 하나, 시퍼렇게 나앉는다.
-------------------------------------------------------------
▶김종윤=(1945~ ) 경상북도 의성
196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조집.《되감기는 고요처럼》 《가을강 아스라
하니》 등.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등 수상.
꽃샘추위는 더 '시퍼렇게' 느껴진다. 막 피어나는 꽃잎이며 얇아진 옷들을 파고드는 탓인지
때때로 겨울보다 매섭다. 꽃 소식이 턱밑까지 와 있건만 주머니 사정이 꽃 같지 않아 더 그
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하철역 입구 등에는 봄나물 난전이 늘고 있다. '금자'든 '금저울'이든 '스스로는 모
르는 일'이고 에누리쯤 그러려니 넘어가는 난전. 그중에는 '이제 마음이사 모질고 당혹스런
거라' 되뇌는 '어눌한 손등'도 있을 것이다. 손길들 더 분주히 오가면 '가파른 그늘'쯤 물리며
가려니, 종종대는 발길들이 그 앞에 많이 머물게 꽃샘바람이나 잦아들면 좋겠다.
'팔다 남은 푸성귀 몇 단' 떨이로라도 치우고 일어서던 삶의 난전. 그런 어머니들의 '시퍼런'
손이 대주는 등록금들이 파랗게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네 봄꽃들의 난전도 어
서어서 환해지길….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