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화
◈서규정◈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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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정=(1945~ )전북 완주 삼례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황야의 정거장](1992) [하체의 고향](1995)
[직녀에게](1999, 빛남) [겨울 수선화](2004, 고요아침)
[참 잘 익은 무릎](2010, 전망)<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제10회 부산작가상 수상 (2010).
꽃이 피어 세계가 한층 밝다. 온갖 꽃이 피어 이 세계가 화단 같다. 어떤 꽃은 일찍 피고, 또
어떤 꽃은 늦게 핀다. 그러나 각각의 그 꽃핌이 화단을 채색하고, 화단의 봄을 완성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꽃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다"고 썼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신은 큰 왕국에는 싫증을 내지만, 작은 꽃에게는 결코 싫증을 내지
않는다"고 썼다. 꽃 핀 것 조용히 바라보자. 하던 일 멈추고 오 분만 꽃을 바라보자. 우리들
가슴에도 그 빛깔과 그 향기로 벚꽃이 만개할 것이다.
꽃을 바라보는 순간에 우리들도 한 송이 벚꽃처럼, 목련처럼 근사해질 것이다. 지나간 과거
에 얽매이지 말고, 다가올 미래를 미리 염려하지도 말자. 꽃만 바라보자. 꽃 보면 문득 그리
운 사람 있으려니 꽃 피었다고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하자.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