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우주 1
◈유지희◈
새벽 풀밭에서 방울방울
맺힌,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동그란 언어의 우주와 마주한다
찰나의 풀잎과 교감(交感)
해 뜨기 전 적막 속으로
동그란 우주는 소멸하고
다시 피안으로 이르는 둥근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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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희=(1959~ )淑情 경기도 남양주 출생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삶은 너무 깊은 사랑이어서>
한국문인협회 문협발전기획위원
서울 서대문문인협회 감사 서포문학상 수상
새벽 풀밭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영롱한 구슬이 파란 풀잎 위에 내려앉아 있다. 시
인은 환한 광채를 뽐내는 그 동그란 우주와 마주한다. 그 동그란 우주는 매끈하고 깨끗하다.
그 동그란 우주는 원만하고 신성하다.
이슬은 방울방울 맺혀 있다 사라진다. 우리는 구슬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사는 백자 항아리
와도 같은 이 세계는 순간 적막 속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그란 우주를 만났던
환희와 순수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동그란 우주의 희고 말쑥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우
리도 모두 그처럼 동그란 우주로서 이곳에 왔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