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줄임표 같은 生
◈박세현◈
말줄임표처럼
뭔가 안다는 생각을 줄이면서
줄이다가 지치면 마음조각은
허공에 묻어도 좋겠소 바람 세게 부는 날
영서지방 아카시아 꽃잎처럼 소소하게
자기를 조금씩만 퍼내는 노동
나는 세상의 헷갈림이었소이다
삶의 바깥을 떠돌았다오
당신이 살았던 가여운 한시절이었소이다
세상은 바람불고 덧없어라
한 줄 작자 미상의 떠돌이 시
그게 나였을 것
- 박세현作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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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강릉 출신
한동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했다.
1983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치악산' '정선
아리랑' '길찾기'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사경을 헤매다'를 발간했다. 이외에도
산문집 '설렘', 연구서 '김유정의 소설세계'를 썼다
■60줄에 접어든 시인이 자신이 평생 해왔던 시업(詩業)을 돌아다본다. 시인은 자신이 살아
왔던 날들을 소박하게 정의한다. 어떻게 보면 '말줄임표' 같았고, 어떻게 보면 '세상의 헷림'
이었고, 또 어찌 보면 '한 줄 작자 미상의 떠돌이 시'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고백을 들으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위로가 되기 때문일까. 하기는 아무리
겉보기에 근사한 삶을 살았다 해도 인생은 결국 '짧은 말줄임표' 같은 것 아니었을까.
외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삶이라는 무게 때문에 꾹꾹 눌러 참아야 했던 그런 하루하루가
결국 바람 불고 덧없는 인생이 된 것은 아닐까. 슬퍼하지 말자. 영서지방 아카시아 꽃잎처럼
소소해도 인생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허연 문화부장(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