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에서
◈이봉희◈
청사포 바다엔 노래가 있습니다
뜨겁게 불타는 조개구이 앞에서
어느 누구도 문학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지금 詩를 읊조리는 건 반칙입니다
젊은 연인들의 알 수 없는 언어들만이
즐비하게 서서 청사포 바다에 뛰어듭니다
어제 슬프게 내려앉던 이별 연습도
오늘 청사포 바다에선 아름다운 노래가 됩니다
아프다고 악을 쓰던 내 사랑도
청사포 바다에선 굵은 소금 뿌려 구워내는
생선구이가 되어 누군가의 안주가 됩니다
청사포 밤바다는
이별도 노래
아픔도 노래
사랑도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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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경남 함안 출생.
1993년 '한글문학' 등단.
1995년 시집 '보낼 수 없는 편지' 외.
<시작노트>
이별에도 리허설이 있다면 실전에선 울지 않고 견딜수 있을까.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이별. 아무도 이별을 연습하지 않기에 언제나 아프고 또 아프다.
kookje.co.kr/201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