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한 생각
◈김용택◈
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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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1948∼ )전북 임실 출생
1982년 창작과비평사 21인 신작시집 작품 발표로 문단 데뷔
저서: 섬진강(1985년), 맑은 날(1986년), 그대 거침없는 사랑
(1993년), 섬진강 이야기(1999년), 시가 내게로 왔다(2001, 2003년)
김수영문학상(1986년), 소월시문학상(1997년), 제11회 소충 사선
문화상(2002년) 임실군 내 초등학교 교사(현재 덕치초등학교)
우리 사는 곳을 헤아려 보면 산 아래이거나 물가 아닌가 싶다. 움직이지 않는 산 아래 살기
도 하고, 멀리까지 쉼 없이 흘러 움직이는 물가에 살기도 한다. 흔들어도 꿈적하지 않는 산
도 좋지만, 또 때로는 사정에 맞출 줄 아는 물의 유연함도 좋다. 이것도 저것도 좋다. 다만,
이 시의 표현처럼 앞으로 많은 궂은일을 겪더라도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게 살았으
면 한다.
'(세상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고, '(어머니처럼) 해와
달이, 별과 바람이 시키는 일을 알고 그것들이 하는 말을 땅에 받아적으며 있는 힘을 다하여
살았으면' 한다. 가을날에는 마르는 수풀과 돌담의 귀뚜라미 울음소리에도 곁을 내주었으면
한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