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꼭지점
◈김수우◈
미루나무 두 그루,
키를 나란히 하고 늙어갑니다
바람 불거나 불지 않거나
제자리 디디고 디딥니다
그저 서로 바라보는 것도 큰 경영이라
뒤꿈치 단단해질수록
나란나란 깊어가는 두 그루 고요
북극성 도착하는 꼭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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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1959~ )부산 영도 산복도로 골목이 고향.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길의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사진에세이집
'하늘이 보이는 쪽창', '지붕 밑 푸른 바다', '아름다운 자연
가족', 산문집 '씨앗을 지키는 새', '백년어'가 있다.
미루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아마도 방죽에 서 있었을 것이다. 곧고, 키가 아주 크
다. 만 리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미루나무 두 그루에게 바람이 왔다 가고, 시간이 물처
럼 멀리 흘러간다.
두 그루는 뿌리를 깊게 내려 서로를 지긋이 응시한다. 말없이 잠잠하게 바라본다. 마치 그
렇게 하는 것이 이 세계의 가장 큰 운영이며, 가장 큰 생산이며, 가장 큰 보람이라는 듯이.
이 조용한 바라봄이야말로 살림의 전부라는 듯이.
암흑 같은 밤이 되면 두 그루 나무의 정수리 위로 북극성이 빛난다. 북극성이 내려온다. 이
둘이 우주의 중심이다. 이 둘로부터 우주가 탄생한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