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
◈박준영◈
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맛있게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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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1940~)《한글문학》등단
시집『도장포엔 사랑이 보인다』,『장안에서 꿈을 꾸다』,『얼짱,
너는 꼬리가 예쁘다』<개구리 왕눈이> 등 한국 TV 만화영화
주제가 38편 작사 TBC(옛 동양방송) PD·영화부장, KBS 편성국장·
대구총국장·TV본부장, KBS미디어 대표이사, 대구방송 사장, SBS
기획·편성·제작·지원본부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한국방송영상
산업진흥원장 등 역임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가을이 익는다. 산도 들도 오색(五色)의 색채를 보태고 있다. 이 가을의 우주가 하나의 잘 익
은 과실이다. 시인은 햇홍시 하나가 맛이 들고 잘 여물어 떨어가는 것을 본다. 그 소리에 자
신도 놀라고 가슴이 설렌다. 마치 그득 찬 물이 넘칠 듯 한 차례 크게 흔들리듯이.
햇홍시 하나를 익게 한 것은 우주의 몫이었으므로 햇홍시 하나가 떨어지는 일은 우주가 통째
로 떨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한 시인은 허공에서 종소리가 떨어지는 것을 무르익은 과실이
절로 떨어지는 것에 빗대기도 했다!)
어쨌든 연둣빛 새순 돋는 봄을 지나 장마와 혹서를 견딘 후에 이처럼 열매가 굵어지고 또 푹
익게 된 것이니, 이 가을에 한 알의 과일을 받아들 때에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들게 된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