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조찬섭◈
산 중턱 감고 돌아 실핏줄로 누비고 간
숲속길 그 싱그런 바닷속을 걸어가면
촘촘한 솔잎 사이로 그물 햇살 내린다
걷다가 돌아보면 내가 온 길 떠오른다
헛발길 얼룩지고 급커브로 휘청했던
잠잠히 눈감아 보면 어둠 속에 흐르는 강
언젠가 맞닥뜨릴 내 길 끝의 정지 신호
그때는 놓아야 한다 움켜쥔 내 자신도
늦가을 나무로 서서 남은 잎들을 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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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섭=부산시조 신인상,
전국시조백일장 차상. 전 동의중 교사.
〈시작노트〉
뒤늦게 시조와 만났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도 충분치 않은데, 여러 가지 핑계로 자신을 합리
화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시조를 출품할 때마다 덜 씻은 몸을 남에게 내보이는 부끄러움
이 앞선다. '인생을 낭비한 죄'가 정말 큰 죄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더는 인생을 낭비하
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조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열정을 쏟으리라.
kookje.co.kr/2016-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