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김주대◇
큰 가방을 들고 훌쩍거리던 아이가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자
늙은 여자는 달려가 까치발을 하고
아이 앉은 쪽 차창에 젖은 손바닥을 댄다
버스 안의 아이도 손바닥을 댄다
횟집 수족관 문어처럼 달라붙은 하얀 손바닥들
부슬비 맞으며 떠나는 버스를
늙은 여자가 따라 뛰기 시작한다
손바닥에 붙은 손바닥이 떨어지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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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조금 뛰다 보면 손바닥이 떨어지던데 큰일 났군요. 아하, 가래떡에
조청을 칠하다 나가셨군요. 배차 시간에 쫓긴 기사님은 어금니 꽉
깨물었겠죠. 눈시울 뜨거워지자 사이드 미러도 안 보고 액셀을 밟았군요.
손바닥이 떨어지지 않는 여자는 점점 발이 땅에서 떨어졌겠죠. 나부끼는
어머니 깃발 내다보며 아이는 자지러졌겠죠. 뉴스에 안 나온 걸 보니
무사하셨군요. 착한 기사님, 휴게소에서 따뜻한 물 길어다가 문어 손
떼어내고 아이 옆자리 앉혀 서울까지 모셨겠죠.
작별 아쉬워도 너무 끈끈한 손으로 배웅 나가지 말아요. 올 시간 지난 아내
찾으러 터미널로 간 늙은 남편은 왜 또 맨발로 가셨대요.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