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의 상처 ⊙김시종⊙ 일하는 데도 조선은 항상 걸림돌이었다 그것을 알면서 아빠는
나를 조선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하루살이다. 나를 달래며 엄마는 늙었지 이제 싹이 튼다. 바람이 분다. 본명을 견디며 아이들도 자라고 있다 눈에 띄겠지만 그게 징표야. 숨기고 닮아가고 대충 넘어가면 찾아올 날이 면목이 없지
머지않아 올거야, 보람 있는 날이. 매몰된 나날에 내버려진 맨몸의 신음을 들려줄 거야.
-김시종 <그래도 그날이 모든 날>중
가슴이 아프다.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의 시다. 일본에서 일본인이 되기를 거부한 채 살아야 했던 많은 재일동포들의 상흔이 와 닿는다. 그들은 왜 그렇게 국적을 지키고 싶었을까? 두 동강이 나서 싸우고 있는 조국이 그렇게 소중했을까? 조국은 그런 것일까? 감히 말로 할 수 없는 것. 말로 하기 전에 느낌부터 전해지는 것. 논리보다 앞서 가슴 찡한 느낌으로 오는 것. 그것이 조국일까.
지금을 사는 우리가 그들을 어찌 감히 알겠는가.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순간이 부끄럽고 두렵다. 김시종의 `이카이노 시집`을 읽으며 여러 순간 눈가가 젖었다. 조국은 그런 것인가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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