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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끝별 시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편의 시를 소개 한다. 처음 이 시를 읽고 나서 한참을 잊을 수 없었다. 제목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여러분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밀물’인데 막상 시를 읽어보면 ‘밀물’이라는 단어는 하나도 안 나온다. 자연현상, 달의 힘, 해변과 썰물…. 밀물에 응당 따라오는 이런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시는 바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은유의 힘을 빌려 시는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 우리, 나, 너의 이야기다.
이 시를 읽기 가장 좋은 때는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이다. 발바닥은 아프고, 몸은 물먹은 솜 같고,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정신이 멍해질 때 이 시는 찾아온다.
우리는 항구에 돌아온 두 척의 배를 겨우 퇴근한 두 부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상처 입고 돌아온 두 척의 배를 두 연인 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괜찮아? 괜찮아. 힘들었지? 그래도 다행이야.
두 척의 배가 지나왔던 바다는 결코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두 가족, 두 연인, 두 부부가 지나왔던 오늘 하루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내가 만난 바다가 폭풍이었다면 나 없이 네가 만난 바다 역시 폭풍이었겠지. 이런 상호 연민이 이 시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준다.
오늘도 바다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집 밖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파고는 높고 풍랑은 거셀 것이다. 그러니 퇴근 후 건넬 말을 미리 준비하자. 오늘 당신은 괜찮아? 나민애 문학평론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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