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속에 우주가 있다
○함기석○
꽃의 임종 후
봉인된 유언이 되어 대지에 심어진
검은 혀
무한히 날고 있다 그것은
지상과 천상,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둥근 문
모든 물(物)과 빛
시간과 어둠이 점으로 응집된
광대한 우주
- 함기석 作 `포텐셜 에너지-꽃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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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검은 씨앗이 있다. 이 씨앗 속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씨앗은 꽃이 죽으면서 남긴 증거물이다.
이 씨앗은 땅에 심으면 새로운 생명이 된다.
그래서 씨앗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문(門)이자 가능성을
가진 현재이며, 또한 응집된 에너지이기도 하다. 현대적인
선시(禪詩) 한 수를 마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간결함과 깊이,
파장이 압권이다.
얼마 전 약간의 채소 씨앗을 심을 일이 있었다.
이 시를 읽으며 생각해보니 나는 우주를 심고 온 것이었다.
작고 검은 씨앗에서 움트는 생명. 우리가 사는 우주는 경이롭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고마워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