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신발
◇백무산◇
쿵 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지난 저녁 어스름에 서쪽으로
난 창에서 들리던 소리
새 한 마리 마루 밑 내 신발 위에
피 흘리고 누워 있다
새가 뛰어든 곳은 붉은 노을 속인데
자신이 부닥친 것은 바로 자신
안쪽의 나는 이미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거울상
그렇지 아,
저 밖이란 것이 있었지
피 흘리던 저곳이
새 한 마리
내 차가운 신발을 신고 있다
―백무산(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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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가까이 살다 보면 간혹 유리창을 들이박은 새가 떨어져 있습니다.
'나도 날개가 있었지… 날아다녔지…
좋았다는 뜻은 아니야. 그, 그 경계들을 모두 부수고 싶었지. 넘고 싶었지…
날아서 될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자막들이 지나갑니다. 손으로 쓸어안아
어디 부슬부슬한 흙을 파고 묻어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밖'에서 향한 곳이 '밖'의 다른 곳만은 아니어서 개별적 삶에는
'안'쪽도 반드시 있는 것이어서 유난히 '차가운 신발'입니다. 하지만
김 무럭무럭 나는 뜨거운 신발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는 고요히
고요히 숨어 있는 것을 압니다. 그 신을 꺼내 신고 '거울상'을 깨고
나가야 하는 때가 있지요.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