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3. 08:04ㆍ″``°☆시들의모음/◈아침의― 詩
잠
―김행숙(1970~)
눈을 감았다는 것
발가락이 꼬물거리며
허공으로 피어오른다는 것
발바닥이 무게를 잊었다는 것
감은 눈처럼
발은 다른 기억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디에도 닿지 않은 채
그곳에 속하는
시집 《타인의 의미》(민음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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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빠져들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나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과일을 먹고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휴대폰을 쥐고서 스르륵 잠에 빠져
봅니다. 몸에서 가장 먼 곳부터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잠깐 쉬었다 가도 좋겠지요. 잠깐 쉬었다가 반짝 눈을 떠도 좋겠지요.
잠을 자는 동안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눈을 떠서 사고 친 강아지의
흔적을 치우고, 방긋 웃는 아기를 들어올리고, 출근 준비를 시작해도
좋겠지요. 몸에서 가장 먼 곳부터 서서히 들어 올려도 좋겠지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이 아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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