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옥돌생선회, '만 원대'로 배터지는 횟집 청해일! 청해일! 지인들을 만날 때면 "혹시 청해일 가봤냐"는 말을 자주 들어오던 차였습니다. 도대체 제주에서 널린 게 횟집인데, 좋아봐야 거기서 거기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아우성일까... 마침 서울에서 지인이 내려와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처음가본 집입니다.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예약까지 했습니다.
식당의 문을 여는 시간도 철저하게 지켜집니다. 낮에는 재료를 준비하고 저녁 5시가 되어서야 문을 엽니다. 대부분 예약손님들이 몰려옵니다. 이때부터 식당 안은 온통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좌석들은 대부분 예약손님들로 차있고 나머지 띄엄띄엄 비어있는 좌석들은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입니다.
미처 예약을 하지 않는 손님들은 식당밖에 진을 치고 앉아있습니다. 요즘처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면 그것도 참 고욕이다 싶은데, 잠자코 참고 견딥니다. 이미 밖에는 먼저 온 손님이 나올 때만을 학수고대하면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섰습니다. 기다리는 손님들은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정식 영업시간은 11시까지인데, 재료가 바닥나면 발길을 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손님들이 북적대는데, 이렇게 소개하는 글을 올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게 되면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소개하기 부담이 되는 식당입니다. 하지만 값싸고 질 좋은 맛집이라 그 부담을 잠시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다녀온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횟집. 왜 그런지 지금부터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곁들이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일본말 '쯔키다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스끼다시'라고 부릅니다. 본 메뉴인 회가 나오기 전에 앞뒤로 나오는 갖가지의 음식들을 말합니다. 횟집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스끼다시가 어떻게 나오는냐에 따라 횟집의 정도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보통 음식물이 나오는 순서대로 소개를 하다 보니, 당연히 스끼다시를 먼저 소개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리는 횟집에서는 본 메뉴인 생선회부터 소개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질 좋은 스끼다시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뒤에 생선회가 나왔는데, 잠시 볼일을 보러 다녀오는 사이에 참지 못한 지인들이 먹어치우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사진의 일부가 비어있습니다.
생선회를 깔아놓은 접시를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띱니다. 일반적으로 생선회 밑에는 무채 또는 우뭇가사리로 만든 천사채를 깔아 놓습니다. 이는 모두 생선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함인데, 언제인가 이 재료들의 위생 상태가 문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생선회 접시에는 일반적으로 봐오던 그것이 아닙니다. 가만 보니 돌맹이입니다. 직원을 잠시 불러 여쭤보니, 옥돌이랍니다. 깨끗이 씻은 옥돌을 냉동실에 보관하여 냉각을 시킨 후, 아주 차가운 상태에서 생선회 밑에 깐다고 합니다. 냉기가 오래도록 유지되어 더욱 신선한 생선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투명하고 맛깔스러운 생선회가 옥돌의 은은한 빛과 아우러져 더욱 입맛을 돋우게 합니다. 한참이 지난 후 옥돌을 만져보니 여전히 차가운 기운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생선회는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맛을 이 옥돌 생선회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얼마나 다양하고 질 좋은 스끼다시가 나오는지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밑반찬, 그리고 일부 튀김류나 구이, 야채종류는 지면상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글을 보는 사람도 생각(?)을 해드려야 하기에 알짜들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가장먼저 나왔던 스끼다시. 전체적인 그림만 봐도 달랑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듯합니다. 이 상태에서 밥 한 공기와 된장국만 있으면 진수성찬의 정식메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정신을 미처 차릴 틈도 없이 뒤이어 나온 해물 스끼다시입니다. 무엇 먼저 젓가락을 대야할지 난감합니다.
고민하는 사이에 다시 쏟아져 나오는 해물들, 그러고 보니 나중에 나오는 해물들이 알짜입니다.
은갈치회
전복회
꿈틀대는
활전복
제주 자리돔
쫄깃한 명품 갈치회에 활전복과 소라, 그리고 제주 전통의 자리회, 전복 회와 내장도 고스란히 담겨져 나옵니다. 많은 기혼 여성분들이 자기남편 챙겨주기에 바쁜, 바로 그 전복내장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우리일행은 모두 남자였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다가 연장자가 먹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배불리 먹고 나서야 비로소 본 메뉴인 옥돌 생선회가 나옵니다. 생선회를 끝으로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구경을 못해본 음식이 나왔습니다. 어죽? 어죽이라기엔 좀 그렇고 국자로 저어보니 조개와 꽃게 그리고 생선살이 간간히 보이는 것을 보니 해물죽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걸쭉하면서도 진한 맛입니다. 배가 불러도 맛있습니다.
해물죽과 곁들여 나온 게 바로 알밥입니다. 일반적으로 봐오던 알밥이 아닙니다. 날치알에 해물이 넣어 얼핏 보면 돌솥 비빔밥처럼 보입니다. 슬슬 젓다보면 야채들은 녹아내려 맛깔스러운 알밥이 탄생합니다. 이 알밥에 해물죽을 곁들여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이미 배가 포화상태라 많이 먹지는 못하였습니다.
이게 얼마냐구요? 당연히 중요하지요. 지금까지 나온 음식들은 모두 합하여 5만5천 원입니다. 성인 네 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입니다. 정확하게 나누면 일인당 13,750원입니다. 여기에 소주까지 곁들인다 해도 일인당 2만원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이 조금 적어 보인다구요? 6만5천 원짜리도 있고 8만5천 원짜리도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 싸다고 8만5천 원짜리 시켰다가 다 먹지도 못하는 남기는 사태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그동안 지인들이 왜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노래를 불렀는지 실감을 한 맛집이었습니다.
열대야의 무더운 밤인데도 이에 개의치 않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예약은 필수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밖에서 기다릴 자신있는 분들은 그냥 가셔도 됩니다. 맛집정보 : 청해일(T.064-75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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