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이 시는 겨울 바다가 주는 절망감과 허무 의식을 극복하고,
신념화된 삶의 의지를 그리고 있다. ‘물과 불’ 의 긴장된 대립은
사랑과 삶의 생성과 소멸, 갈등을 보여준다.
시의 화자는 겨울 바다에서 미지의 새가 죽고 없다는 것,
그리고 진실이 얼어버린 허무와 좌절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좌절과 허무가 ‘물 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라는
깨달음을 통해 인식의 극적 전환을 이루게 된다.
즉 인고의 시간이 주는 삶의 의미를 깨달은 그는
사랑과 구원과 운명이라는 자기 긍정의 자세로 돌아서
구원의 기도를 드리게 된다.**
김남조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