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가 바람에 막힌 사막에서
모래 먼지에 투성이가 된
우리는 친구지?
핏발선 눈으로 마주 보는
정말 그렇지, 친구여.
- 시집 '낯선 풍경 속으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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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주=(1939년~) 경남 하동 출생.
시집 '가고 싶은 수렵시대', '흐르지 못하는 강',
문화인류학 연구서 '남해의 민속문화',
평론집 '중심과 주변의 시학' 외 다수,
부경대학교 총장 역임
1998년 블랙 울프런 경기장,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는 추가 18홀을 비긴 후
연장전 서든데스 2번째 홀에서 워터 해저드 탈출에 성공했다.
92홀 만에 얻은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서든데스는, 쉽게 말해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느냐, 올림픽에서 연장전 골든 타임과 같은 뜻이다.
런던올림픽이 한창이다. 폭염 속 들려온 메달 소식은 행복한 스펙터클 무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루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유도 금메달을 추가한 85년생 김재범의 경기는 이 시의 중첩된
페이소스와 겹쳐 보이는 감동의 순간. 4년 전 올림픽에서 맞서 패했던 비쇼프와
다시 겨룬 '진검승부'에서 호쾌한 승리를 거둔 김재범. 진심 어린 승자와 패자의
긴 포옹이 경쟁 속에 싹트는 비의와 우정을 생각하게 했다.
죽기로 싸워 이겼다는 솔직하고 결연한 그의 인터뷰를 들으며, 우리도 매 순간
죽기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패퇴해 돌아가도 맞아줄 안식처가 있어
행복할 수 있는 승부. 그 안식의 자리들이 도처에 더 견고해지길 바라는 연민이
오래 가슴을 울린다. 친구여, '찬란'이란 말 속에는 소재가 무엇이든 '강렬하고,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당신의 모든 경쟁이 실로 '찬란'하길 응원한다.
이민아·시인
국제신문2012-08-02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