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크기 - 이외수-
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불변한 사랑을 그대에게 드린다면
그대는 어느 정도 크기의 그릇을 내밀 수 있는가.
선한 일을 많이 행한 사람일수록 사랑을 받는 그릇이 크다.
따라서 더욱 큰 사랑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큰 사랑을 주더라도 받을 수가 없다.
그릇의 크기만큼만 받고 나머지는
그릇 밖으로 모두 흘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릇 속에 담겨 있는 사랑만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을 배경으로 해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는
만족스러운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감정들 - 증오,시기,질투 따위를
행동으로 옮길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사랑을 받는 그릇이 작은 사람들이
큰 사랑을 달라고 생떼를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작은 사랑밖에 베풀 수가 없다.
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불변한 사랑은
그것을 받을 수 있는 크기의 그릇이 마련된 후에
비로소 얻을 수가 있고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따로 미워하고 사랑하랴.
우리는 바람이나 달빛이나 물소리도 될 수 있지만
매연이나 어둠이나 소음이 될 수도 있는 것을 ...
산호초나 이슬이나 감자꽃도 될 수 있지만
곰팡이나 독거미나 십이장충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그리고 한때 우리가 그것이었거나 앞으로
우리가 그것이 될지도 모르는 것을...
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각기 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각기 제 나름대로의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리고 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각기 제 나름대로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말과도 동일하다.
따라서 아름다운 것은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욕망에 의해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기다림과 떠남.
기다린다는 것은 떠난다는 말보다 한결 피가 마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