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의 나라에서 라면이 끓고 있다
부글부글 부글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비명은 책임 없이 눈물로 넘치고
몸 붙여야 할 세상 좁고 뜨거워야만
삶을 확인할 수 있을까
아직도 소국의 나라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세상을 뜨겁게 산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뜨겁지 않은 물의 나라에서
라면이 끓는다면 상처는 더욱 커지는 법
삶이 엄숙하거나 장엄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쓸쓸함에 가깝다는 걸
어찌 알겠는가
뜨거운 물의 나라에서 라면이 끓을 때
삶도 뜨거워지는 것
-시집 '관찰법'에서-
**************************************************************
▶서정원=1962년 경남 고성 출생.
1992년 '심상' 등단. 시집 '거미줄의 힘' '관찰법' 등.
아침저녁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추울 때 먹는 뜨거운 국물은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흔히들 고향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너무 뜨거워서 배어나는 눈물을 가지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낸 게 아닐까. 어려웠던 60, 70년대 시절
라면에 대한 을씨년스러운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는 뜨거운 삶의 의미를
'라면을 먹으면서 어쩌면 쓸쓸하기도 하겠지만,
세상을 뜨겁게 산다는 건 삶도 뜨거워지는 것으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오정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