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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나무들은 물고기가 된다
나무들 본향은 우주
빗방울에 온몸 미대야
똑바로 상승할 수 있지
빗방울을 거슬러
하늘로 솟는 나무들의 날개
버드나무 잎은 버들치 떼를 몰고
밤나무 잎은 정어리 새끼 떼를 몰고
오동나무 잎은 가오리 떼를 몰고, 몰고
비가 오면 모든 나무들
춤추는 물고기다
-시집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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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1951년 경남 양산 출생.
2001년 '시평' 등단.
시집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
시산문집 '지속되는 사랑, 미얀마' 등.
전성호 시인은 자발적인 디아스포라가 되어 벌써 10년 넘게 미얀마에서
살고 있다. 조국을 떠나 먼 나라에서 이방인이 된 시인의 눈에 비를 맞고 있는
나뭇잎이 물고기가 되어 몰려오고 있다. '주역'에서도 생명의 시원인
물이 비롯되고 나서 식물이 생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바람에 출렁이는 나뭇잎에서 살아 퍼덕이는 물고기떼를 떠올리며 모든
생명체의 발원을 우주로 인식하는 것은 단지 이역에서 느끼는 근원에 대한
자연회귀감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풍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좁은 생각에서 벗어난 그의 거시적 안목이 놀랍다.
오정환·시인
국제신문2012-10-15 21:19
http://blog.daum.net/kdm214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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