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언제나 한순간에 전부를 산다.
그리고 또
일시에 전부가 부서져 버린다.
부서짐이 곧 삶의 전부인
너는 모순의 물보라
그 속에 하늘을 건너는 다리
무지개가 서 있다.
그러나 너는 꿈에 취하지 않는다.
열띠지도 않는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천 개 만 개의 눈빛을 반짝이면서
다만 허무를 꽃피운다.
오 분수, 냉담한 정열!
-시선집 '그해 겨울의 눈'에서-
++++++++++++++++++++++++++++++++++++++++++++++++++
▶이형기(1933~2005)=경남 진주 출생.
1949년 '문예'지로 등단.
시집 '적막강산' '보물섬의 지도' 등.
얼마 전 부산 광안리에서 불꽃축제가 있었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불꽃이 한밤을 수놓았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가면 '꿈의 낙조 분수대'가 있다.
불꽃과 분수는 불과 물이라는 점만 빼고 보면 닮은 점이 많다.
'부서짐이 삶의 전부인' '모순의 물보라'이긴 하지만
기운차게 솟구쳐 오른 물줄기가 빚는 빛과 물줄기와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와 불꽃놀이는 어쩌면 같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냉담한 정열'을 바라보노라면 섭섭하기는커녕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 인간의 속성일는지도 모른다.
피부로 느껴지는 불경기가 삶을 더욱 옥죄이지만 이럴 때 마음속의
저린 때를 훌훌 씻어버리고 일상으로 복귀한다면 얼마나 상쾌하랴.
분수여 실컷 내뿜어라.
이상개·시인
국제신문2012-11-14T21:00+01:00
〈이상개 시인 약력〉
1941년 경남 창원 출생.
1965년 월간 '시문학' 등단.
부산시인협회장 역임. 부산시인협회상 수상.
시집 '영원한 평행' '만남을 위하여'
'떠다니는 말뚝' '파도 꽃잎' 등 10권
http://blog.daum.net/kdm2141/24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