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2. 08:52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기 도 / 손택수
나무는 종교가 없는데도 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러 종교를 믿어보았지만
단 한 번도 기도다운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
풀잎은 풀잎인 채로, 구름은 구름인 채로,
바람은 바람인 채로 이미 자신이 되어 있는데
기도도 없이 기도가 되어 있는데
사람인 나는 내가 아득하다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타향살이다
제자리 걸음으로 천만 리를 가는 별이여
떠난 적도 없이 끝없이 떠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바위여
누가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가
명소란 명소는 다 돌아다녀 봤지만
흔들리는 꽃 한 송이 앞에도 당도한 적이 없는 여행자
하여, 나는 다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 부끄러움이나마 잊지 않고 살게 해 달라고
이 생에 철들긴 일찌감치 글러먹었으니
애써 철들지 않는 자의 아픔이나마 잊지 않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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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1998년 국제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나무의 수사학' 등.
〈시작 노트〉 바슐라르에 따르면 인간은 반쯤 열린 존재다. 반쯤은 늘 닫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잠시도 나는 나를 방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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